2020 미주지역 온라인 평화통일 문예 공모전

 

 

 

주제: 한반도 평화 통일

 

 

 

 

   명:      박유진 (Youjin Park)

 

   교:      남부뉴저지통합 한국학교

Cherry Hill High School East

   년:      10학년

 

 

 

 

 

소통으로 통일을 말하다

 

“왼발! 왼발!” 취타대 단장님의 구령 소리와 눈총이 내 귀와 내 발에 날아든다. 다른 단원 친구들의 발은 마치 한 다리가 움직이듯 척척 발을 맞추어 나아가는데, 나의 발은 나의 의지와 달리 자꾸만 오른발이 먼저 나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잘해야겠다는 마음은 조바심이 되어 발을 더 꼬이게 만든다. 나 혼자만 정박자가 아닌 엇박자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취타대 행진이 어려운 것은 그저 발만 맞추면 되는 것이 아니라, ‘취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악기를 불고, 치면서 행렬을 이루며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가장 기본이 되는 발을 맞추지 못하면 큰 낭패가 되고 만다. 하지만 나의 이런 실수에도 단장님과 친구들은 핀잔이나 짜증이 아닌 나의 보폭에 속도를 줄였다 높였다 하며 하나된 모습의 행진을 만들어주었다.  맨해튼 한복판, 늠름한 취타대의 행진이 눈에 선하지 않은가!

 

우리가 바라고 기대하는 통일의 모습도 내가 겪었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것을 같거나 일치되게 맞춤으로써 하나를 이루어 나가는 것 그것이 통일인 것이다.

 

먼저 우리는 화합과 소통 더 나아가 공감의 언어로 70년의 간격을 이어가야 한다. 남한과 북한은 서로 다른 체제와 갈등 그리고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서로에게 등을 돌릴 때도, 상대의 말에 귀를 막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갈등을 극복하고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었던 것은 먼저 내민 손이었다. 마치 어제 말다툼을 한 친구를 학교 복도에서 만났을 때 쑥스럽고, 어색하지만 그 분위기를 깨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었을 때 씨익 웃고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두 해 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을 통해 분단 70년의 한반도에 봄이 왔다고들 하였다. 요동치던 남북한의 관계와 상황들이 극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화합과 소통을 위한 대화의 노력이었다. 개인의 관계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공감의 언어 즉 대화가 마음을 녹이고, 관계를 깊게 하는 것처럼 통일을 향한 우리의 노력 속에서도 지속적인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대화는 소통을 이끌어낼 것이고, 서로 통하면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를 보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먼저 무엇을 소통해야 하는가?

우리는 남한이나 북한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찾아 민족 동질성 회복을 먼저 이루어야 한다. 현재 분단의 이해 관계를 넘어 서로가 한민족, 한 뿌리였음을 역사 문제를 놓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독도 영유권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군함도 강제 징용 문제 등과 같은 역사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에 함께 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분단된 상황에서 남한에 속해 있는 독도의 영유권 문제가 그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남북한에 당면한 역사 문제에 있어서 북한은 예외없이 더 크게 소리 높여 일본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것만 보더라도 나라가 어려울 때 더 강하게 하나로 뭉쳐 외세에 대항해 싸웠던 한민족의 피가 우리에게 흐르고 있음을 북한의 반응 속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서로의 공통분모가 될 수 있는 한민족 정체성을 가지고, 서로가 한민족임을 인식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통일이라는 큰 그림이 있다. 하지만 큰 그림이 완성되기까지는 수많은 붓놀림이 있어야 하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해야 하는 수고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 수많은 붓놀림 가운데 과연 어떤 붓놀림이 아름다운 윤곽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우리의 통일을 위한 노력 가운데 문화적, 특히 언어의 이질감 극복이 통일이라는 큰 그림에 아름다운 윤곽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탈북민 화법 연구에 나타나는 언어 이데올로기 연구』[1] 논문에 따르면, 탈북민 화법과 남한 토박이 화법에는 이분법적 대립 구도가 형성되어 있고, 그것은 또다시 남북한 언어의 대립구도를 재생산한다고 쓰여있다. 이와 같이 언어의 이질감으로는 소통을 할 수 없다. 언어가 생각을 지배한다고 하는데 서로가 다른 언어로 생각을 맞춘다는 것은 전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사실 남북한의 언어는 사용하는 어휘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존재하기는 해도 소통하는 데는 그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화법에서 대립구도가 느껴지는 것은 서로의 말의 어투가 생소함으로써 그것을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오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서로가 통일 후에 언어적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남북한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남북한은 우리 민족의 말과 정신을 풍부하게 하고, 통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이 계속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남북한의 학자는 물론 언론사, 방송사 등이 협력하여 점점 이질화 되어가는 우리 민족의 언어가 통일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그 일을 위해 표준어 중심 남한말과 문화어 중심 북한말을 잘 모아 다듬어 통일된 우리의 언어를 만들고, 다가올 통일 세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서 언어의 동질성을 회복시켜야 한다. 겨레의 말은 겨레의 정신임을 잊지 말자.

 

이제 우리는 서로를 하나로 이어줄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계속적인 교류를 해야 한다. 대화로 트인 물꼬에서 흐른 물이 자연스레 흘러갈 수 있도록 문화적, 경제적 교류를 해야 한다. 물이란 매개체는 남북한 관계에서 상징적인 의미만이 아닌 실제적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였다. 1984년 남한에서 큰 수재가 발생했을 때 북한은 구호물자지원을 제안했고, 그로 인해 남북한의 막히고 얽혀 있던 관계의 물꼬가 트이기도 하였다. 이에 나는 물의 성질을 두고 문화적, 경제적 교류에 그 상징적 의미를 더해보고자 한다. 물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서로 만나면 합해진다. 또한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바뀔 만큼 유연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물이 잘든다는 사실이다. 문화적, 경제적 교류도 물의 성질과 같이 흐르면 된다. 서로 만나 합해지고, 서로의 상황에 따라 도움을 줄 수 있는 쪽에서 도움을 주고, 유연한 태도로 무엇을 교류하여야 서로가 아름답게 물이 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 된다. 그러면 서로가 문화적,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상태로 서로를 바라보며 통일의 초석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항상 반대의 입장도 존재한다. 통일 한국이 되었을 때 남북한의 생활 수준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남한의 사람들이 그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주장도 있다. 물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는 반대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대개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보통 적대적인 자세를 보이지만 사실은 부정적 혹은 반대의 입장은 오히려 사건이나 상황들을 좀 더 면밀하고 주의 깊게 검토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통일의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한 자세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에 통일로 인해 얻게 되는 더 큰 비전을 제시하며 하나로 의견을 모아가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리라고 본다. 통일 비용과 분단 비용에 대한 이해와 검토, 남한의 기술력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이 하나되었을 때 이루어질 경제적 부강, 더 나아가 국제 사회에서 국가적 존재감의 위상을 좀 더 진지한 자세로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통일을 위한 길에 여전히 긴장감과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극적인 상황들이 존재한다. 핵과 미사일 발사 시험과 같은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요소로 인해 평화 통일의 길은 아직도 멀었구나, 아니면 그냥 지금 이대로 남과 북이 갈라져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냐, 하는 생각까지 정치적 통일을 이루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 번 떠올려 보자. 서로 적대시하며 결코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정상이 전쟁의 상징 공간인 ‘판문점’을 넘어 서로 부둥켜안고 악수를 나누었던 그 순간이 꿈만 같지 않은가! 결코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며 대화와 소통을 이어온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어렵다 포기하고, 안된다 낙심하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걷다 보면 튀어나온 돌부리로 넘어지고, 때론 균형을 잃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다시 일어나 우리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 오래도록 반목하며 지내온 남북한이 통일로 가는 길에서 돌부리와 같은 위험 요소에 여전히 긴장도 하고, 갈등도 겪겠지만 결국 그 위험요소를 제거할 주체자가 되어 한반도에 비핵화를 이루고, 강한 안보를 통해 평화와 공동 번영의 길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라고 생각해보자. 과거의 노력과 수고를 잊자는 말이 아니다. 그 수고와 노력에 통일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소통과 대화를 계속 이어가자는 말이다. 나는 항상 아버지가 운전하시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있었다. 한 번은 아버지께 물었다. 왜 그렇게 자주 사이드 미러나 룸 미러를 보느냐고 말이다. 그 때 아버지는 “내가 미러를 통해 뒤를 보는 것은 결국 앞으로 잘 가기 위해서란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우리가 통일을 향해 나아갈 때도 과거에 해왔던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되돌아보아야 더 나은 방법과 노력을 통일을 위한 일에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위한 행진 속에는 엇박자의 발걸음을 내딛는 나와 같은 사람도, 정박자의 발걸음을 내딛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발걸음이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통일의 길이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 줌으로써 하나된 통일 행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대화를 통해 시작되고, 마음을 열게 할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힘을 모아 반드시 한반도의 봄에 통일의 꽃을 피워보자! 

 

<참고>

[1] 『탈북민 화법 연구에 나타나는 언어 이데올로기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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